책소개
미국의 현대연극은 유진 오닐로부터 시작한다고 하면서 이전 연극을 학문적으로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얼마 전까지도 지속되어 왔다. 20세기 이전 미국 연극은 유럽극의 모방이거나, 재미와 여흥을 제공하는 데 치중한 멜로드라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에 현대극 이전 드라마를 연구하는 것이 현대연극과 미국 문학 전체 흐름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흥미로운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19세기 이전 미국 연극은 극작법이나 캐릭터 설정, 플롯 등에서 영국의 센티멘털 드라마나 응접실 코미디의 영향을 보여 주지만 강한 청교도적 입장에 근거한 도덕적 메시지를 연극적 재미로 포장해서 전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가정과 연애라는 틀에 묶여 있던 미국 연극의 주제는 1850년대에 남북전쟁과 노예제도 폐지라는 중요한 사회변혁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19세기는 유럽에서 유행하던 멜로드라마 사조가 미국에 도입되어 극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시기였다. 유진 오닐의 아버지인 제임스 오닐이 주인공을 맡아 6000회 출연하여 유명해진 <몽테 크리스토 백작(The Count of Monte Cristo)>은 대표적인 멜로드라마였다. 노예제도라는 진지한 사회적 주제를 다룬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도 그 문제를 가정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접근했으며 멜로드라마의 관행을 최대한 살려서 관객의 정서에 호소했다.
200자평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멜로드라마 중 하나이자 미국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톰 아저씨의 오두막>(1852)은 잘 알려진 대로 동명 소설을 조지 에이킨(George Aiken)이 각색한 극이다.
지은이
미국 멜로드라마 사상 가장 크게 흥행한 <톰 아저씨의 오두막> 작가 조지 에이킨(George Aiken)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다. 1830년 12월 19일 보스턴에서 출생한 그는 원래 다임 소설(dime novel)이라는 통속 소설을 쓰는 작가였지만 사촌인 조지 하워드(George Howard)가 운영하는 극단에 들어가 배우와 작가 역할을 했다. 그는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1852년 3월에 나온 지 6개월 만에 그것을 연극으로 각색해서 미국 연극 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남겨 놓았고 극 중에서 자신이 조지 해리스 역할을 맡았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1862년에도 <킹 코튼(King Cotton)>이라는 뮤지컬에 출연했고, 1869년에는 <반딧불(The Firefly)>이라는 작품에 출연해 작가보다는 배우로서 더 많은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무대에서 은퇴한 그는 1876년 4월 27일에 뉴저지의 저지시티에서 숨을 거두었다.
옮긴이
이형식은 경북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영문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과 영상학회 회장, 현대영미드라마학회 회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현대 미국 희곡론≫, ≪영화의 이해≫, ≪문학 텍스트에서 영화 텍스트로≫(공저), ≪미국 연극의 대안적 이해≫, ≪무대와 스크린의 만남: 연극의 영화화≫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미국 영화/미국 문화≫, ≪영화의 이론≫, ≪영화에 대해 생각하기≫, ≪숭배에서 강간까지: 영화에 나타난 여성상≫, ≪하드 바디≫ 등 다수가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막
2막
3막
4막
5막
6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에바: 저는 차라리 천국에 가고 싶어요. 여기엔 나를 슬프게 만드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너무 끔찍해요. 차라리 천국에 가고 싶어요. 하지만 아빠를 떠나긴 싫어요. 그래서 가슴이 무너져요.
세인트클레어: 뭐가 너를 슬프게 만들고, 뭐가 끔찍하게 보이니?
에바: 불쌍한 우리 식구들 때문에 슬퍼요. 나를 그토록 사랑하고 나한테 너무나 잘해 주고 친절한데. 아빠, 저들이 모두 자유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인트클레어: 아니, 에바, 저들이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에바: (질문에 신경도 쓰지 않으며) 아빠, 노예를 자유롭게 만들 방법이 없어요? 제가 죽으면 나를 생각하시고 나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
세인트클레어: 네가 죽었을 때라고? 아니, 얘야. 그런 말 하지 마라. 나는 세상에 너밖에 없어.
에바: 아빠, 저 불쌍한 사람들도 아빠가 나를 사랑하듯이 자식들을 사랑해요. 톰은 자기 아이들을 사랑해요. 오, 제발 저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요!
세인트클레어: 자, 자, 얘야.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죽는다는 말을 하지 마라.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주마.
에바: 아, 그러면 아빠, 톰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제가… (망설인다.) 죽자마자.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혹은 비천한 자들의 삶≫ 93∼94쪽